앤 소피 시덴은 고전적인 의미의 감시, 일상을 들여다보는 현대의 ‘빅 브라더(Big Brother)’ 처럼 감시 카메라로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들을 촬영하는 기법을 고스란히 차용하는 작업을 한다. 출품작 <끈끈한 바닥>은 아일랜드에 위치한 선술집에 설치된 9대의 감시카메라를 통해 관찰된, 특별할 것이 없는 손님들과 주인의 하루 24시간을 보여준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삶의 순간, 지루할 정도로 단조로운 일상의 장면들을 작가는 촬영된 그대로가 아닌, 다른 이미지들을 합성하고 편집하여 마치 나무를 다듬고 가지를 잘라내는 것처럼 ‘시간을 조각하여’ 보여준다. 선술집에서 사용되는 맥주잔, 9대의 모니터, 쟁반 등의 오브제들과 함께 설치함으로써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게 되는 일정한 거리와 눈높이에서 이들의 일상을 ‘감시’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