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영은 ‘장소’를 소재로 회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의 초기 작업 속 장소는 개인적이고 친밀한 공간의 구현에 집중한 것이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장소는 점차 그 기능이 배제되고 정체가 모호한 규정할 수 없는 대상의 표면적 이미지로 투영되기 시작한다. 직접 목격한 장면을 수집하고 그 이미지를 토대로 출발한 그림 속 장면은 직관에 대한 의심과 불안하고 연약한 인식의 한계에 관한 조해영의 고민과 맞닿아있다. 이처럼 ‘장소’에 대한 작가의 의식 변화에 따라 <stil-de-grain-vitesse 2>는 이동 중 짧게 주시한 풍경의 표면적 이미지를, <magenta magenta-green 3>는 자줏빛 레이어로 덮인 장면의 표면적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