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1971- )은 동시대 한국사회의 정치, 사회적 맥락을 다큐멘터리 사진의 형식을 통해 기록하는 작가이다. 그는 한국의 분단과 이로 인해 발생되는 정치폭력의 의미를 추적하는 작업을 수년째 해오고 있으며,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을 일상적인 사람들의 삶과 함께 기록하고 있다.
<얄읏한 공(the strange ball)>(2006)에 등장하는 흰 공은 평택 대추리에 있는 미공군기지 캠프 험프리의 군사시설인 레이돔(Radome)이다. 레이돔은 전투기의 공격력을 정확히 하기 위해 설치한 레이더 안테나의 덮개로, 이것은 한국 땅에서 정확한 폭격을 위해 광범위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군사시설이다. 노순택은 작품에서 이 레이돔을 여러 방향에서 포착하고 있는데 이것은 골프 공, 달 빛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주 되며, 교묘히 정체를 위장하고 있다. 결국 10장의 사진 속에서 변주되고 있는 레이돔은 대추리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며 일상 속에서 주민들의 삶을 내려다보고 감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노순택은 대추리를 3년 동안 관찰하며 기록한 <얄읏한 공>을 통해 대추리 주민들의 자연과 삶 속에 숨겨져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