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타이산이 추구하는 유연한 집합적 도시화는 타이산의 장마당(market-village, 墟)과 치러우(building unit, 骑楼, 역주: 상가 건물 1층이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보행자 통로가 되는 건물)를 묘사하여 이 도시의 이야기를 관람자들에게 소개한다. 타이산의 집합적 형태(collective form)는 오래 전부터 내려온 중국의 씨족제도(clanship)에서 시작된 공간적 명료함(legibility)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까지 도시의 변화를 수월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요소였다. 타이산의 집합적 형태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이 도시가 겪은 역사적 우여곡절을 살펴볼 수 있으며, 거시적 차원(the macro)과 미시적 차원(the micro), 유형과 무형,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의 큰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타이산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광둥성의 여러 주변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홍콩, 마카오, 광둥성을 아우르는 ‘Greater Bay Area(GBA)’ 계획이 이러한 변화의 원동력이다. 세 구역으로 나눠 진행되는 GBA 계획의 목표는 사회 · 경제적 발전의 혜택을 광둥성 전역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결 복잡하고 다양한 도시 유형이 탄생하고 있다. 도시가 이렇게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집합적 정체성, 일상의 변화가 오늘날의 집합적 형태를 사회 · 경제적으로 재구성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어떻게 하면 변화를 수용하며 기존의 집합성을 유지하여 시대에 맞게 조정해갈 수 있을까?
이번 작품은 치러우에서 살아가는 타이산 사람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보면서, 치러우의 건물 형태가 도시의 모습과 경제, 그리고 농촌 사회 구조의 변화에 맞추어 나가는 유연성(malleability)을 갖췄음을 보여준다. 치러우의 특징인 사물 사이의 공간, 그리고 각 부분이 연결되는 구조를 통해 이 유연성이라는 뉘앙스가 잘 드러난다. 유연성이 있는 곳에는 사람, 사물, 공간이 일관성 있게 빽빽히 짜여 있지 않다. 오히려 꾸준한 변화 속에서 서로 불안정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끊임없는 확장과 수축의 과정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나간다. 바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를 수용하는 도시화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