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동가도> 부분 : 왕의 등장
<대한제국 동가도>는 고종高宗(1852-1919)의 동가행렬을 그린 기록화이다. 권두卷頭에 ‘대한제국동가도 석지사大韓帝國動駕圖 石芝寫’라는 표제가 있어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인 채용신蔡龍臣(1850-1941)의 작품으로 전해지나, 필치의 분방함 뿐 아니라 행렬 순서, 문자 정보, 장첩 순서가 정확하지 않아 작품의 제작 연대와 작가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다. 그러나 그림속의 문자 기록과 화법의 분석을 통해 이 행사는 삼군부의 재설이 공식화된 1868년 3월 23일에서 7월 2일 사이의 군대열무 장면이며, 이 그림은 1897년에서 1930년대 사이에 채용신의 진작을 토대로 재탄생된 후대의 모사본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존의 의궤와는 달리 왕이 등장하고, 인각 채색법이 아닌 서양화법이 활용된 육필화로 장중하고 화려한 고종의 동가행렬을 그린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기존의 궁중기록화와는 달리 왕이 등장하는데, 두루마리 중반 이후 고종이 네 번 묘사되어 있다. 겸내취와 내관의 인도를 받으며 백마 탄 군복차림의 첫 번째 고종이 나타나고, 갑자기 화면이 분리되면서 곤룡포에 익선관을 갖춘 두 번째 고종이 의마醫馬.어숙마御塾馬와 동행하여 등장하며, 당상관 무리와 함께 가마를 탄 고종이 두 번 연속 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