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왕은 원래 고대 인도에서 재래在來의 방위신方位神이었다. 불교가 성립되면서 불교에 귀의歸依하여 부처의 세계를 지키고 중생을 안정시키는 수호신이 되었다. 그 모습은 인도에서는 주로 귀족이나 보살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에 전래傳來되면서 분노한 얼굴에 갑옷을 입고, 손에 무기를 쥔 무장형武將形으로 변모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의 삼국 통일을 계기로 사천왕신앙四天王信仰이 유행하면서 호법신護法神·호국신護國神으로서 크게 유행한다. 사천왕사四天王寺는 이러한 사천왕신앙을 배경으로 통일 직후인 문무왕 19년(679)에 세운 신라의 호국 사찰이다. 사천왕을 돋을새김한 사천왕상전은 일제강점기 때 이 절의 두 탑지塔址에서 파손된 채 수습된 것을 현재의 상태로 복원한 것이다. 여러 벌의 틀로 찍어낸 뒤 초벌구이를 한 다음, 다시 유약釉藥을 발라 구웠다. 이 작품은 균형 잡힌 몸매와 적절한 신체비례, 치밀하게 묘사된 갑옷, 사천왕이 밟고 있는 악귀惡鬼의 고통스런 얼굴 표정과 다리 근육의 사실적 조각, 탄력성 있는 신체 변화 등에서 통일신라 초기의 사실적인 조각양식을 잘 보여준다. 얼굴 생김새나 몸의 표현 등 상 전체에서 서역적인 요소가 강하며, 감은사感恩寺 석탑 출토 사리기의 사천왕상과 함께 승려 양지良志의 작품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최근에는 사천왕사 터의 발굴이 이루어져 새로운 종류의 사천왕상 전 편들이 수습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