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 보이는 숲속에 끝을 알 수 없이 길에 이어진 호스가 땅을 파고 드나듭니다. 아직 잎을 피우지 않은 나뭇가지와 뒤엉켜 이 푸른 선들은 자연과 기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합니다. 그 옆 작품은 어떤가요? 하얗고 붉은 꽃이 흩뿌려진 숲의 출구를 꽃무늬 천이 내걸려 막아서고 있습니다. 언뜻 그 숲의 나무가 떨군 꽃처럼 보이지만, 꽃이 거기서 피었던 정황은 전혀 찾을 길이 없습니다.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자연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실제와 환상으로 향한 길을 동시에 열어 보여주는 지도 모릅니다. 박형근의 사진은 그래서 본래 그렇지 않았던 것을 마치 이어진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그러했음직한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진실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