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는 한국 추상미술을 이끈 선구자로 일본 유학시절부터 아방가르드 양화연구소1934 및 백만회1936와 같은 혁신적인 그룹을 조직하고 새로운 미술운동에 심취하였다. 1950년대에 들어서는 산, 강, 달, 학, 매화, 달항아리 등 자연과 전통의 소재를 채택하여 한국적 정서와 미감을 절제된 조형언어로 더욱 밀도있게 표현하였다. <무제>는 파리 유학시기에 속하는 작품으로 광복 이후부터 지속되어 온 한국적 모티브에 대한 작가적 탐닉이 심화된 작품이다. 화면 전체를 가득 메운 푸른색은 당시에 제작된 작품에서 전반적으로 두드러지며, 둥근 달과 산 그리고 그 위를 날아가는 새의 형상은 형태를 제거하지 않은 구상이면서도 대상의 본질적인 요소를 단순한 선으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양식화함으로써 추상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