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빌리온 ‘짓다’〉는 한옥 이전의 집, 또는 의식 깊이 잠겨 있는 집의 원형에 대한 우리의 감각과 기억을 소환하는 공간장치이다.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해와 바람을 들이고, 거친 자연과 밖이라는 불안한 외부환경으로부터 안으로 삶을 감싸고 보호하는 안온한 공간을 만들었다.
지붕을 땅으로 덮어 원형의 감각을 살리려 했으나 다중이 이용하는 파빌리온의 관리와 안전, 공간의 이미지 등 고려하여 땅을 생략하고, 보통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산자’를 지붕과 벽체 전체를 덮도록 하였다. 산자를 투사하여 들어온 빛과 그림자가 가득한 공간에서 관람객은 자유롭게 다니고 머물면서 공간을 유희하고, 사색할 수 있는 파빌리온을 지어 보았다.
공간을 구축하는 목재는 제재소에 쌓여있던 오래된 구재를 사용하였으며, 싸이트에서 파낸 흙으로 파빌리온 주변으로 낮은 둔덕을 만들었다. 기둥은 땅을 다진 후 초석 없이 세웠으며, 간단한 구법으로 기둥, 도리, 보를 얹고 지붕과 외벽에 서까래를 덮었다. 서까래에 산자를 두른 후에 수세미, 조롱박, 오이, 강낭콩, 나팔꽃 등 넝쿨이 자라 외벽을 덮게 하였다.
초입의 대나무 숲을 지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파빌리온 〈짓다〉로 들어가면 숲과도 같이 고요한 공간에 둥그렇게 열린 하늘 아래로 구들을 깔아놓은 동그란 마당이 보인다. 낮에는 둥그런 지붕 그림자가 해시계처럼 움직이고, 밤이면 어둠 속에 불을 밝히는 연등처럼 교교한 가운데 동그란 하늘 속에 달이 떠오른다.
협찬: 한옥협동조합, (주)뉴라이트전자, 한옥 재활용은행(북촌 H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