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 1989년

80년대 에로영화 그리고 스타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에서 1980년대를 통틀어 가장 많이 만들어진 장르는 바로 에로영화들이었다.'

“대중영화 안에서 성과 육체는 언제나 가장 잘 팔리는 소재였다. 크게는 멜로드라마라고 봐야할, 일반적으로는 성애영화, 에로영화라고 불리는 이 범주의 영화는 1980년대를 통틀어 가장 많이 만들어진 장르이다.”

“1980년대 성애영화들을 소프트 포르노그래피라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겠지만 표현의 수위가 아니라 그 영화의 수용 기제와 기능, 그리고 본질의 차원에서는 포르노그래피와 다르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한국영화사공부 1980~1989」, 한국영상자료원

80년대 에로영화

1979년 '12·12 군사 반란'으로 실세에 오른 전두환은 1980년 '5·17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유혈 진압을 주도한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그는 대통령이 된다.

전두환이 출범시킨 제5공화국은 국민들이 이 모든 것을 잊을 필요가 있었다. 81년에는 '국풍81'이라는 행사를 열어 여의도에서 5일간 밤낮없는 대규모 먹고 놀자판 행사가 열린다. 82년에는 프로야구가 출범하여 온 국민이 TV 앞에서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또한 37년 만에 통금이 해제되어 밤 문화, 즉 성매매업소가 날개를 달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 82년은 <애마부인>이 만들어진 해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로 인해 극장의 매표소 유리가 깨져나갔다는 믿기 힘든 에피소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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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공화국은 3S 정책에 의해 방송 키우기를 내세우며 영화 쪽에서는 유독 벗기기에 대한 검열을 관대히 했다. 에로영화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키스, 섹스 장면은 영화의 제작비를 낮춰줬으며, 관객들은 이런 '벗기기'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섰다. 한마디로 수지가 맞았다는 뜻이다. 70년대 유행하던 호스티스 멜로드라마들이 에로영화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10년이 유지됐다.

2위 <어우동> (이장호, 1985)
3위 <매춘> (유진선, 1988)
6위 <애마부인> (정인엽, 1982)
9위 <무릎과 무릎사이> (이장호, 1984)

에로영화는 1980년대에 가장 많이 만들어진 장르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장르이기도 하다. 1980년대 10년간 한국영화 흥행기록에 따르면 2위가 <어우동>, 3위가 <매춘>, 6위가 <애마부인>, 9위가 <무릎과 무릎사이>로 집계된다.

작품들

애마부인 (정인엽, 1982)

한국 에로영화의 전설로 불리는 이 영화를 지금 보게 된다면 생각보다 전혀 야하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다. 주인공이 실제 섹스를 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대부분 상상 속 장면이거나,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신음할 뿐이다. 70년대 호스티스물의 여주인공과 달리 능동적인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야기는 구태의연한 편이다. '말을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야릇한 느낌의 제목도 실은 주인공의 이름이 이애마일 뿐이고, 제목에 쓰인 '마'자도 '말 마'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 개봉 후 에로영화들이 거의 폭발적으로 제작되게 된다. 주인공 애마를 둘러싼 이야기와 장면들은 당시의 관객을 끌어들일 만큼 충분히 에로틱했던 까닭이다. 이로써 '애마부인'과 '안소영'은 각각 영화와 배우로서 영원히 떼어지지 않을 상징성을 부여받는다.

매춘 (유진선, 1988)

88년 <매춘>에 오게 되면 확실히 수위는 더 높아진다. 이 영화는 고급 매춘부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는데 그녀는 당당하며, 자신의 일에 대한 프로페셔널 의식도 가지고 있고, 삶의 질도 매우 풍족해 보인다. 그러나 결국 “과거를 기억해서도, 미래를 그려서도 안 되는, 사랑을 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스스로를 낙인 찍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주인공 영희의 이 대사는 극장 밖 관객들에게 하는 시대적 발언 같지만, 어차피 관객들은 클로즈업된 여배우들의 육체를 봤을 뿐이다. “<매춘>이 지향한 것은 사회성 드라마가 아니라 소프트 포르노 그래피였기 때문이다.” (출처: 한국영화사공부 1980~1997 / 한국영상자료원)

이 영화는 88년 한국영화 흥행 1위를 했으며, 80년대를 통틀어서도 한국영화 흥행 3위를 할 정도로 뜨거운 작품이었다. 

뽕 (이두용, 1985)

80년대 에로영화에는 크게 두 축이 있었는데, 하나가 앞서 언급되었던 현대물, 또 하나가 토속물이다.

토속 에로물들은 현대물에 비해 평균적인 작품성이나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다. 국제영화제에 출품되는 한편, 국내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뽕>도 백상예술대상, 대종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뽕>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시대적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립운동으로 서방이 집을 오래 떠나있자 성적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는 여성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로인해 다양한 사내와 다양한 장소에서 하는 정사 장면은 이 영화의 핵이 된다.

배우들

안소영

79년 <내일 또 내일>로 데뷔했지만 82년 <애마부인>으로 스타덤에 오른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관능적인 육체로 1대 애마에 오른 안소영은 <불바람>, <암사슴> 등 <애마부인>의 아류작과 토속 에로물 <산딸기>에 연달아 출연하며 '에로배우' 경력에 정점을 찍게 된다. 육체적인 연기에 함몰되는 것을 고민하다 86년, 임권택 감독의 <티켓>에 출연하면서 가슴을 내보이지 않는 연기자로서의 변신에 성공한다.

안소영은 에로 여배우의 전설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이기도 하다. 에로 배우로만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배우다.

선우일란

선우일란은 안소영이 연기했던 <산딸기>의 속편, <산딸기 2>(1984)로 영화계에 화려하게 데뷔한다. 얼마나 화려했냐면 이듬해인 1985년에는 8편의 영화에 출연할 정도였다. 그녀는 80년대를 통과하며 <차라리 불덩어리가 되리>, <물레방아>, <웅담부인>, <떡> 등 대다수의 필모그래피를 성인 영화로 채우게 된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들과 같이 선우일란도 글레머러스한 몸매와 미끈한 다리의 소유자였다. 그런 탓인지 이미지 변신은 쉽지 않았고, 90년대 초 TV 드라마를 끝으로 은퇴하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여배우들

오수비
김부선
이보희
정윤희

이대근

이대근은 지금까지 관객의 머릿속에 가장 뚜렷하게 각인된 에로 영화의 남자배우일 것이다. 그는 1972년 데뷔하여 수많은 액션 영화에 출연한 액션 스타였다. 그러나 80년대에 이르러 <뽕>(1985), <변강쇠>(1986), <가루지기>(1988) 등 토속적인 성인물에 출연하면서 정력이 왕성한 해학적인 인물로 캐릭터를 굳혀나갔다. 근육질의 몸이라기보다는 시골 출신의 힘을 잘 쓰게 생긴 두툼한 몸집으로 토속적인 남성성을 구현했다. 지금도 누군가 우렁차게 “마님~!” 이라고 외친다면 많은 사람들은 머슴 옷을 입은 이대근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 배우들

마흥식
임성민
신일룡

큐레이터의 선택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 (정지영, 1982)

80년대 에로 영화를 이야기하며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영화지만 놓치기 아까운 영화가 정지영 감독의 데뷔작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 이다. 묘한 매력의 오수미와 정말 예쁜 윤영실, 그리고 당시 배우답지 않은 근육질의 몸매를 드러내는 신일룡이 서로 죽고 죽이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에로틱 스릴러 영화다. 이 영화 속에서 야한 장면들은 그리 많지 않지만 충분히 끈적하고 무엇보다 스릴러 장르로서도 손색이 없다. 재미있고 끈적한 영화를 원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에로영화들은 90년대에 접어들자 서서히 극장에서 사라지고 비디오로 노선을 갈아탄다. 진도희를 스타로 만든 <젖소부인 바람났네>(1996)와 온갖 패러디 제목의 비디오물 에로영화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였다. 하지만 이건 다른 이야기이고, 다른 기회에 이야기돼야 할 것이다. 

제공: 스토리

Curator — Yoo Sungkwan, Korean Film Archive
Publisher — Yoo Sungkwan, Korean Film Archive
English translation — Free Film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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