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 - 1970년대 후반 부터

한국근현대미술의 흐름과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세요.

이동기의 국수를 먹는 아토마우스(2003)국립현대미술관

'시대를 보는 한국근현대미술 한국근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미술관 소장품 중심으로 살펴보는 대규모 상설전으로, 한국 근현대 미술 120여년을 시기별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15개 섹션으로 구성한 협업 전시입니다. 전시를 통해 한국의 사회적 상황 속에서 미술이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사회와 미술의 유기적 관계를 떠올릴 수 있고, 시간 여행을 하듯 미술 매체가 시대별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역사적 질곡 속에서도 작품을 통해 시대정신으로 심화시키려는 한국 작가들의 치열한 작가 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1970년대 후반 이전 한국근현대미술은 여기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한만영의 시간의 복제87-7(1987)국립현대미술관

7. 새로운 형상 회화의 등장, 한국 극사실회화(1970년대 후반–1980년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이르는 시기, 형상과 표현을 중시하고 사회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리얼리즘 미술과 형상회화가 부상했습니다. 이 중 새로운 형상회화는 1970년대 후반, 극도의 수공적 노력을 통한 대상의 치밀한 묘사를 특징으로 하는 극사실회화에서 우선적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극사실회화는 국전 중심의 아카데미즘 재현회화에 대한 회의와 거부, 당시 한국 화단에 자리잡았던 단색조 회화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한만영의 시간의 복제87-7(1987)국립현대미술관

한국 극사실회화의 특징은 자연 및 인공의 소재를 극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대상을 부각시키는 데 있습니다. 한편으로 끊임없이 펼쳐지는 자연 풍광을 화면 위에 펼쳐놓거나 대상을 반복적으로 쌓음으로써 공간적 깊이감이 제거된 전면 회화를 보여주었는데, 구상과 추상, 일루전과 평면이 교차하는 이중 구조는 한국 극사실회화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고영훈의 돌(1985)국립현대미술관

고영훈 <돌>

고영훈은 극사실회화의 선두주자입니다. 그의 1980년대 대표작인 <돌>은 자연물인 돌을 영문판 장서와 병치시켜 자연에 대한 인위적인 문명의 충돌을 표현하였습니다. 책 낱장을 붙인 후 그림자를 넣어 실재감을 표현했고, 위에 돌 조각을 극사실적으로 그려 넣어 실제와 같은 환영의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송수남의 나무(1985)국립현대미술관

8. 1980년대 이후 한국화(1980년대 이후)

1980년대 지필묵을 사용하는 전통 화단에 가장 큰 변화는 본격적으로 한국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새로운 조형성을 추구하거나 기법을 전환하는 등 현대미술 장르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자 정체성 규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송수남의 나무(1985)국립현대미술관

전통 화단에 추상성이 도입된 것은 1960년대 묵림회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이들은 추상성이 서양의 전유물이 아님을 역설하고 문인화적인 정신적 영역을 강조하면서도 먹의 물질적 성격을 부각하여 수묵의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실경을 재현한 산수 풍경화가 제작되어 수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이와 같이 한국화에서는 점차 일상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수묵을 표현 매체로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신 대 물질, 수묵 대 채색이라는 이분화된 가치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권영우의 무제(1985)국립현대미술관

권영우 <무제>

권영우는 화면에 무언가를 묘사하기보다는 종이의 물성을 이용하여 흰색 화면에 펼쳐지는 다양성과 우연성에 집중했습니다. 이 작품도 먹과 과슈를 혼합한 반투명의 청회색 물감을 종이의 뒷면에 침투시켜 한지 위에 배어 나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시대를 보는 눈 전시 전경(2020)국립현대미술관

9. 민중미술(1980년대)

민중미술은 한국 최초의 대대적인 자생적 미술운동으로, 종래의 한국미술과는 달리 현실에 주목하고 시대적 상황이 크게 작용되어 내용과 서사 중심의 미술을 전개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상징되는 폭압적인 신군부에 대한 저항과 전통적 우방으로 여기던 미국에 대한 다시 보기 등이 당시의 한국 사회 전체로 확산되며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미술도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민중미술을 태동시켰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시대를 보는 눈 전시 전경(2020)국립현대미술관

여기에 더해 단색조 경향의 작품들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형상미술에의 추구(극사실)는 사물에 대한 정밀한 묘사를 통해 현실에 대한 관심의 단면을 노출함으로써 민중미술이 등장하는데 일종의 매개체 역할을 하였습니다. 민중미술은 노동운동 및 사회운동 현장의 대형 걸개그림과 출판물의 삽화로 사용된 목판화 등 민중과 함께하는 미술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만화, 광고 등 대중적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사진, 콜라주 등을 통해 이미지를 조합하는 등의 다양한 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오윤의 원귀도(1984)국립현대미술관

오윤 <원귀도>

<원귀도>는 4미터가 넘는 두루마리 형식으로 제작됐습니다. 직접적인 전쟁의 학살과 파괴의 정면을 다루지 않고 비극적인 사건의 서술적 시간을 파노라마식으로 구상하여, 한국 근현대역사의 죽음들과 민중의 ‘한’을 함께 서술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시대를 보는 눈 전시 전경(2020)국립현대미술관

10. 1980년대 다양한 소그룹 활동(1980년대)  

1980년대 한국 사회는 격변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군정 탄압에 직면한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수많은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고, 후발 산업 사회의 도래는 고속 경제성장과 급격한 일상생활 또한 급변했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1980년대 미술계는 단색조 회화와 태동하기 시작하는 민중미술이라는 양축으로 분화되어 있었습니다. 1980년대 초 미술대학을 졸업한 예술가들은 이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하기를 강요받았으나 이들은 이러한 주요 동향에 말려들지 않고, 특정한 이념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나누려는 사람들이 모여 주로 학교를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을 창설하여 자유롭게 활동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시대를 보는 눈 전시 전경(2020)국립현대미술관

  기성세대의 획일적인 양식을 거부하고 당시 미술계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그러나 이 소그룹들은 하나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그룹 활동을 하지는 않았고, 대부분의 소그룹이 기존 미술과의 단절과 새로움을 주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안주와 타성을 경계하여 활동 기간을 길게 지속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소그룹의 활동은 서양 미술의 사조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국미술의 발전 방향을 자체적으로 모색하고자 했던 실천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신영성의 코리안 드림(1986‒2002)국립현대미술관

신영성 <코리안 드림>

<코리안 드림>은 버려진 선풍기를 수집하여 이를 인두, 망치나 전기톱으로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한 오브제 설치 작품입니다. 버려진 선풍기를 재활용함으로써 인간을 기능만 지닌 규격화된 기계로 전락시킨 극단화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노순택의 얄읏한 공(2005-2006/2007)국립현대미술관

1990년대 이후 한국미술(11-15)

1990년대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냉전 이데올로기와 같은 거대 담론은 약화되고 환경, 젠더 등의 개념이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지목됐습니다. 세계화 속에서 인구이동 현상이 늘어나고 정보산업이 발달하면서 인터넷 등 통신 시스템이 가속화됐습니다. 대중소비사회가 정착되면서 문화적인 측면에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탈중심화 된 문화양식이 등장했습니다. 

노순택의 얄읏한 공(2005-2006/2007)국립현대미술관

이러한 다원주의에 대한 관심은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에서 하나의 시대적 담론이자 비평적 언어가 되었습니다. 한국현대미술에 나타난 다원주의적 경향을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화의 시작’, ‘개념적 태도’, ‘비판적 현실인식’, ‘일상과 대중문화’, ‘다원예술과 표현의 확장’으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박이소의 프라이드 시리즈(1993)국립현대미술관

11. 세계화의 시작(1990년대 이후)

1980년대 말, 냉전 시대가 종결되면서 전 세계는 다원화 시대에 진입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1988년 서울 올림픽, 1993년 대전 엑스포 등의 대규모 국제 행사를 개최하여 국가 위상이 높아졌고,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정부의 주요한 국정과제로 ‘세계화’를 내세웠습니다. 이러한 세계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미술 분야의 국제 교류 또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탈중심화, 다원화 등이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비서구권 작가들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전수천, 김수자 등이 여러 국제전에 활발하게 참여했습니다.

권오상의 더 플랫 12(2020)국립현대미술관

1990년대 초반 한국 미술계는 세계화라는 국가적 정책과 그에 부합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국제 미술계의 주변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서구의 미술 경향과 최신 담론을 우리 것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비평과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채, 해외 교류의 양적 팽창에만 주력한 한국미술의 세계화 전략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거나 국가 간의 경계와 차이를 재확인하는 한계점을 보였습니다.

백남준의 색동 I(1996)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 <색동 I >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형식의 선구자로 원래 음악에서 시작하여 실험성이 강한 미술로 자기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그의 비디오 아트는 동서양의 문화적 특성과 그것들 간의 교류, 그리고 문화인류사적인 관심들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시대를 보는 눈 전시 전경(2020)국립현대미술관

12. 개념적 태도(1990년대 이후)

1990년대는 이전 시기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약화되고 다원화와 세계화가 시작되면서 한국의 동시대 미술이 본격화된 시기로 볼 수 있습니다. 집단주의가 힘을 잃고 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개인이 부상하고 일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이 시대 미술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이 섹션에서 소개된 작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작가들 중 개념적 성격이 돋보이는 작가들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시대를 보는 눈 전시 전경(2020)국립현대미술관

이들을 하나로 묶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의 작업은 완성된 결과물보다는 과정이나 상황, 그리고 작품의 개념을 이루는 언어의 역할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개념적, 혹은 개념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일상적 사물과 상황을 소재로 삼아 사물의 정체성을 뒤바꾸어 사물과 그것을 규정짓는 언어 사이의 관계를 파고들거나, 행위나 대상들 간의 관계에 숨겨진 위계를 드러내는 등의 작업이 주를 이룹니다. 관람객의 적극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이러한 작업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상의 상황들, 그리고 예술이라는 행위 자체를 대하는 시각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김범의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2002)국립현대미술관

김범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소개된 바 있는 이 작품은 익숙한 사물들에 대한 관람객의 예측을 뒤집습니다. 사물의 기능과 형태 사이의 관계를 해체하여 재조합하는 변형의 과정을 통해 사물의 본질, 외관, 그리고 사물에 붙여진 언어에 대해 새로운 사고를 하도록 자극합니다.

송상희의 매향리(2005)국립현대미술관

13. 비판적 현실인식(1990년대 말)

1990년대 말 한국 사회는 서구의 자본주의 문화의 직접적인 유입과 대중문화의 팽창 등으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면서 민중미술에서 논의되었던 정치적 이슈들보다는 개인의 욕망과 정체성에 보다 집중합니다. 이는 주변의 다양한 문제들(여성, 환경, 섹슈얼리티 등)을 바라보게 만들었고 미술 역시 다양한 양상을 드러냅니다. 일부 작가들은 사회비판적, 실천적 미술에 관심을 가지며 민중미술 이후의 미술과 대중적 삶의 관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며 이런 경향들이 민중미술의 일부 특징을 공유한다는 시각 때문에 ‘포스트 민중미술’이라는 용어를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송상희의 매향리(2005)국립현대미술관

그러나 이 시기의 사회비판적 미술은 민중미술처럼 특정한 경향성을 가진 하나의 흐름으로 묶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민중미술이 정치적 사건에 집중하고 재현하는 저항적 미술이었다면 이 시기의 미술은 대중문화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자기성찰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습의 습이를 살려내라(2002/2012)국립현대미술관

조습 <습이를 살려내라>

<습이를 살려내라>(2002)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에서 희생된 이한열의 걸개그림의 장면을 연출한 것입니다. 작가는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피 흘리는 습이를 연출함으로써 단순히 역사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역사적 현장을 동시대에 소환하고 있습니다. 2002년 6월 월드컵 기간 동안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 2명이 사망한 사건이 당시 온 국민의 광기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이한열의 죽음이 군사 정권의 폭력적 문화가 낳은 상징적 사건으로 이해될 수 있다면 2002년 국민이 월드컵에 몰두했던 광기를 작가는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 문화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주의에 질식한 채 살아가는 국민 개개인의 모습을 작가 자신의 모습으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이동기의 국수를 먹는 아토마우스(2003)국립현대미술관

14. 일상과 대중문화(2000년대 이후)

2000년대에 들어 일상을 다룬 작품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미술가들은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인물을 다루기보다는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소재를 발견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일상을 다룬 작업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추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개인의 경험이나 소소한 일상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더불어 미술가들은 그들이 주로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관찰합니다. 예전에는 산, 들, 강 같은 자연이 작품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도시의 건물과 도로,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작업의 소재입니다. 

이동기의 국수를 먹는 아토마우스(2003)국립현대미술관

한편, 2000년대는 대중·소비사회가 정착되면서 음반 시장의 성장, 케이블 TV의 등장, 영화 산업의 발전, 패션의 유행 등 대중문화가 한국 사회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미술가의 작업도 변모합니다. 사실 우리는 날마다 TV, 신문, 영화, 잡지 등 대중매체를 접하고 있습니다.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미지는 이미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으며, 미술가들은 넘쳐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임상빈의 덕수궁-서울(2009/2010)국립현대미술관

임상빈 <덕수궁-서울>

임상빈의 작업은 ‘도시’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에서 출발합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만남, 관계, 충돌을 주목하는데, 자연과 인공,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등이 있습니다. <덕수궁-서울>은 서울을 소재로 한 작업입니다. 서울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곳입니다. 서울에는 화려한 궁궐이 다수 있으며 그 궁궐 뒤에는 울창한 산이 있고 그 앞에는 최첨단의 빌딩이 가득합니다. 이 작품은 덕수궁 안에서 밖을 바라본 광경입니다. 높은 마천루들이 덕수궁을 위압적으로 포위하고 있지만 덕수궁은 고풍스럽고 한적하기만 합니다.

정연두의 시네매지션(2010)국립현대미술관

15. 다원예술과 표현의 확장(2000년대 중반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미술계에서는 ‘다원예술’이 활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다원예술은 미술, 무용, 연극, 음악, 영화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말합니다. 다분히 장르의 융합과 교차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단순히 장르의 결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장르가 장르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그 장르만으로는 이야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생겼고, 그런 것들을 서로 공유한 결과 자연스럽게 독특한 형태의 예술이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정주의 열 번의 총성(2013)국립현대미술관

이렇게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이 만나고, 다원예술이 활성화되면서, 미술가들은 안무가·무용가, 음악가 등과 협업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미술 작품에 있어 ‘소리’와 ‘움직임’이 주요한 요소로 부상했으며, 비록 공연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몸의 움직임이라든가 소리의 비중이 높은 작업이 속속 등장합니다.

안정주의 열 번의 총성(2013)국립현대미술관

안정주 <열 번의 총성>

안정주는 ‘특정 소리’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열 번의 총성>을 제작했습니다. 전쟁 영화에서 나오는 또렷한 총성 10발을 모으고 무용수 6명에게 10발의 총성에 맞춰 본인이 전쟁에서 죽는다는 생각으로 움직여 달라고 주문합니다. 각각 무용수는 총소리를 듣고 몸부림치며 쓰러지는데, 때론 과장되고 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20여 년에 걸친 한국근현대미술의 역사속에서 일제 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민족분단, 4·19혁명, 유신체제, 88올림픽, 세계화의 시기까지 역사적 질곡 속에서도 작품을 통해 시대정신으로 심화시키려는 한국 작가들의 치열한 작가 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한국 미술에 대한 시대의 눈을 싹 틔우고 한국근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으셨기를 바랍니다. 

참여: 모든 표현 수단
일부 스토리는 독립적인 제3자가 작성한 것으로 아래의 콘텐츠 제공 기관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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