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참전 용사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였던 故 이학수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2005년, 유족들은 고인의 화장터에서 나온 금속 파편을 보고 숙연해지는 마음을 참을 길이 없었습니다. 이 자그마한 금속 파편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故 이학수 상병 군 입대 사진(Estimated in 1951)전쟁기념관
이학수 병사, 해병대에 입대하다
故 이학수 씨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20세가 되던 해에 나라를 지키고자 해병대에 자원입대(병8기)하였습니다.
수도고지 전경전쟁기념관
고지 전투 참전과 부상
이학수 상병은 고지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된 1952년 9월, 장단지구 전투에 참가하게 됩니다. 38선 부근의 험한 산세와 혹독한 날씨로 인해, 고지전투는 유엔군과 공산군 모두에게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통신장비를 메고 고지로 올라가는 병사전쟁기념관
당시 전쟁에 필요한 모든 장비들은 대부분 병사들이 직접 산악을 오르며 옮겨야 했으며, 휴전 협정이 이루어지기 전, 한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유엔군과 공산군의 전투는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었습니다.
국군 장병들이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김미성 기증)(1950-10-10)전쟁기념관
휴전선 부근에 위치한 경기도 장단 지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해병대로 전쟁에 참가하여 전투를 치르던 이학수 상병은 결국 1952년, 장단지구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고 실명 위기의 상태에서 군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이학수 상병의 비망록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하던 이학수 상병은 진해에 위치한 해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시력을 회복하였고 93페이지 분량의 병상 비망록을 작성하였습니다. 이 비망록에는 20대 청년이었던 그가 경험한 전쟁과 전우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이학수 병사의 비망록의 일부
비망록의 첫 페이지는 동료 군인들에 관한 기록으로 작가가 참가한 1952년도의 장단 지역 전투에 앞서 치열하게 이루어진 67 고지 전투에 참가하였다가 전사한 전우들의 유해를 수습하지 못하고 전장을 떠나왔던 미안함과 전우들에 대한 그리움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글의 말미에는 병원에서 친분이 두터워진 ‘신형'에 대한 작별을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1953년 7월, 유엔군과 공산군이 휴전협정을 벌이던 막바지에는 휴전협정에 대한 필자의 단상을 기록하였습니다. 글에서 이학수 상병은 한반도의 전 민중은 통일 정부의 수립을 원한다는 것을 유엔에 호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민중의 함성이 전 세계 25억 인류에게 퍼져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논의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학수 병사의 비망록의 일부
故 이학수 상병 해군 함정에서 단체 사진(Estimated in 1951)전쟁기념관
지워지지 않은 전쟁의 고통
병원 치료를 받던 이학수 상병은 전투 중에 머리에 박힌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라를 지키고 싶었던 한 청년의 선택에 따랐던 너무 나도 가혹한 댓가였습니다. 전쟁이 중단된 이후, 이학수 상병은 다른 직업을 얻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장년이 되어서도 머릿속 파편으로 인한 고통은 멈추지 않았고, 밀려오는 통증으로 인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삶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는 지난 2005년 눈을 감으면서 비로소 전쟁으로 인한 지워지지 않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학수 병사의 이야기는 우리에겐 잊혀진 전쟁이 누군가에게는 지속적인 고통과 아픔의 연속이었고, 또 현재의 삶과 깊이 연관될 수 있는 사건임을 보여줍니다. 전쟁의 목적과 시작이 설사 정당하다고 해도 그 과정과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고통을 남길 수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가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반성해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 이 이야기에 활용된 자료에 대한 모든 권한은 전쟁기념관에 있습니다.
기획·편집: 신유진
원문 해제: 최문주
유물 촬영: 성민주
진행: 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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