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로 : 약항아리(藥壺)

기물 전면에 장식된 커다란 문장이 특징적인 알바렐로이다. 일반적으로 명망있는 귀족이나 성직자의 문장이 표현되는 마욜리카는 데루타(Deruta)에서 제작된 예가 많지만, 이 작품의 생산지를 데루타로 확언할 수는 없다. 흰색 유약을 시유한 후에 옅은 녹색, 푸른색, 노란색, 주황색 4색의 안료를 사용하는 것은 16세기 이후의 특징이다. 기형은 몸통의 상부와 하부가 꺾임 없이 둥글게 강조되고 허리에 깊은 흘림이 표현되어 있다. 구연부가 크게 벌어져 몸통보다 돌출되어있는 것 또한 특징이다.
문양은 앞면에만 그려져 있다. 이는 다시 문장문양과 약재명라벨로 구분되며, 문장문양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약재명라벨은 아랫부분에 간소하게 표현되었다. 문장에 연두색의 모자와 양쪽에 3단짜리 술이 달려있는 것으로 주교의 문장임을 알 수 있다(붉은 색 모자에 4단짜리 술이 달린 것은 대주교 혹은 추기경을 나타낸다). 문장 내부의 방패 속 우측 상부에 보이는 문장은 성 바오로 회(Monaci di S.Paolo Primo Eremita)의 문장으로, 사자 두 마리가 야자수 같은 나무의 좌우에 배치되어 있다. 이 약항아리를 사용한 기관은 성 바오로회와 연관이 있는 곳으로 추정된다.

※ 약재명 라벨 : V.PROGINE (vnguen proig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