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고암이 옥중에서 그린 작품들 가운데 대작에 해당되는 것으로, 먹으로 제작한 문자추상 작품이다. 1960년대에 콜라주 형식과 다양한 채색의 방식으로 문자 추상을 탐구하던 고암이, 재료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수감 생활 중에 먹으로만 구현한 작품이다. 고암은 당시 정치범으로 수감되어 있었던 처지로 자신의 심경이나 처지를 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명확하게 읽혀지지 않는 문자 추상의 형태는 그러한 고암에게 정신적 탈출구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작품에는 부분적으로 어떠한 상황이나 사람 등이 어렴풋이 연상되기도 하며, 빼곡하게 어떠한 사연들이 들어서 밀집되어 있는 듯한데, 이러한 측면은 고암이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자신의 심경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