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이응노의 콜라주 작업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재료인 한지를 서양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해 처음 시도되었다.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그리다 버린 한지나 신문지 조각, 혹은 솜뭉치 등을 손으로 찢고 뭉쳐서 색채별로 붙이고 혹은 그 위에 채색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970년도의 이 작품은 한지에 솜을 붙이고 그 위에 채색을 한 작품으로 서양에서 입체주의 이래 실험되었던 콜라주와는 재료와 의미가 사뭇 다르다. 서양에서 행해졌던 이전의 콜라주 작업들이 주로 화면 안에서 기존의 재료나 구성에 조화가 되지 않는 요소를 집어넣음으로써 화면에서 양식적인 분열을 꾀했던 것임에 반해, 이응노는 뭉쳐진 재료들이 화면에 골고루 덮여짐으로써 종이 조각들과 화면이 하나가 되는 조화로움을 추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