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교 이광사(圓嶠 李匡師, 1705-1777)는 조선후기에 활동한 서예가이다. 그는 백하 윤순에게서 서예의 필법을 배웠으며, 그만의 독특한 서체를 이룩했다. 또한 후대 여러 서예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작품은 그가 신지도 유배 시절에 쓴 시로, 부령을 기억하며 쓴 것이다. 약 5mm정도의 작은 크기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점과 획이 명확한 특징을 가진다.
土門之南鬼門北 토문土門의 남쪽이자 귀문鬼門의 북쪽인 곳
肅愼舊壤寧山特 숙신肅愼의 옛 땅에 영산寧山이 우뚝하였지
攢磧齹𪘪晝如昏 쌓인 돌들 울퉁불퉁 낮에도 저녁 같고
春夏氣候長幽墨 봄 여름의 기후도 내내 음산하였지
明時八載投榛棘 밝은 시대 8년 동안 귀양살이 던져져서
肅愼舊壤寧山特 자갈밭서 수확한 메밀로 궁색한 식사하고
況見椎俗滅尊卑 더구나 미개한 풍속은 존비도 몰라보니
歸思日夜無停息 돌아갈 생각에 밤낮으로 쉴 겨를도 없었다네
去秋南遷越重海 지난 가을에는 남쪽으로 귀양 가 큰 바다를 건넜는데
黴雨黕霧恣漬浼 검은 비가 자욱하게 마구 쏟아졌었지
喜離絶漠如脫坑 궁벽한 사막 떠나는 게 구덩이 벗어나듯 기뻐서
瘴毒中人不知悔 장독(瘴毒)이 사람 해쳐도 후회할 줄 몰랐네
月日稍淹生事安 세월이 차츰 흘러 사는 것이 안정되니
情懷北跳不肯怠 그리운 정이 북쪽으로 달려도 싫지가 않았네
亂鵶顚雪皆入思 어지러운 갈가마귀 뒤덮인 눈 모두가 그리움이니
人意厚薄竟誰在 사람 생각의 두텁고 박함은 결국 누구에게 있는가
極北富寧西城西 북녘 끝 부령의 서쪽 성 서편에
我曾賃屋蓬芽齊 내 일찍이 집 빌렸는데 쑥의 싹이 자욱이 자랐지
縛茅攔雨壁揩泥 띠풀 엮어 비를 막고 벽은 진흙을 바르고
辮楊作籬風爲低 버들 엮어 울타리 만드니 바람이 낮게 불었지
土階前頭泉眼挑 흙 계단 앞쪽에 샘구멍이 퐁퐁 솟으니
指揮羣童運畚鍫 아이들을 시켜 삼태기며 가래를 가져오게 하여
掘至三尺勢蹴決 석 자를 파내려가니 수맥이 툭 터져서
淸可數沙甘勝醪 맑기는 모래도 셀 수 있고 달기는 술과 같았네
北地泉水冠東國 북녘 땅의 샘물은 동국의 으뜸이거늘
此井人稱初出北 이 우물은 사람들이 북쪽에 처음 솟았다 하였네
我病臂脚困癃痱 나는 팔다리 병을 앓아 중풍으로 고생하여
叫謼若不延晷刻 신음하며 잠시도 연명하지 못할 듯 했는데
自飮此水永敺除 이 물을 마시고부터 내내 병이 물러가서
四軆便健少壯如 사지가 건강하여 젊은이처럼 되었다네
南來百泉熱欲沸 남쪽으로 오니 온갖 샘이 끓듯이 더운지라
虛憶漱瓊坐歎歔 그 귀한 샘물 마시던 일 괜히 생각하며 그저 탄식만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