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일본 동경 유학길에 오른 고암은 가와바타 미술학교 동양화과와 혼고회화연구소 서양화과를 거쳐 일본 '남화(南畵)의 대가' 마쓰바야시 게이게쓰(松林桂月)를 사사했다. 동경 유학시절 서양화의 사실적인 표현방식을 접한 그는 점차 문인화의 관념성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풍경을 그리기 시작한다. 즉, 전통 필묵을 사용하면서도 서양화의 명암법과 원근법을 적용하여 근대적인 사실주의 시각을 드러냈다. 그 결과 해방 후 그의 풍경화에서는 대상을 강조하기 위한 과감한 생략과, 핵심만을 강조하여 전달하는 특유의 표현법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경향은 점차 사의(寫意)적 표현 방식으로 변화되어 1958년 도불 직전에 이르러서는 반추상화에서 완전 추상화로까지 발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