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중앙에 《악취청정 탄트라》의 구불정 만다라를 크게 그리고 상부에는 역대 라마, 하부에는 팔길상(八吉祥)을 배치한 작품이다. 구불정 만다라는 신역(新譯)의 《악취청정(惡趣淸淨) 탄트라》의 근본 만다라로, 티베트에서는 구역(舊譯)의 근본 만다라인 일체지비로자나 만다라에 관한 작품이 여럿 남아 있다. 이 만다라의 커다란 특징은 모든 존격이 방사상이 아니라 화면 아래의 다리를 향하듯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국・일본의 두루마리 형태 불화의 만다라와 같은 배치로, 티베트에서는 14세기 이전에 제작된 오래된 작품에서만 보이는 양식이다. 또한 주존인 석가모니에 그려져 있는 중대(中臺)와 팔불정이 배치되어 있는 팔폭륜(八輻輪)의 사이에 팔엽연화(八葉蓮花)가 그려져 있고 연변(蓮弁) 위에 삼매야형(三昧耶形)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도 라닥지방의 알치사원의 대일당(大日堂), 둥카 3호굴, 중국 감숙성 안서현(安西縣)의 유림굴(楡林窟) 3호굴 등의 오래된 작품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 따라서 이 작품도 14세기 전후에 제작된 작품이라 생각되며, 화정박물관에 소장된 여러 만다라 작품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추정된다. 도상학적으로도 정확하게 그려져 있어 자료적 가치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