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군상 연작 중 일정한 띠를 형성하고 어딘가로 진행해가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세로의 긴 화면은 아래일수록 가깝고 위로 갈수록 먼 곳인 듯한 원근감을 형성하는데, 이는 인물의 크기가 비교적 아래일수록 크고 위로 갈수록 작아지는 방식에 의해서도 강조되고 있다. 이 작품은 한지에 먹이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사용하고 있고 또한 동양화에서 흔히 보이는 부감시를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단순화된 인물 형상만으로 장대한 풍경을 구사하는 화면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현대성을 획득하고 있다. 군상 연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암이 일생동안 꾸준히 그려왔던 대나무 그림, 그 중에서도 댓잎이 무성한 대나무 숲 그림을 연상시키며, 또한 형상이면서 동시에 기호적 속성을 보이고 있는 점은 문자추상과의 연결점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