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시첩》에는 효종이 심양에 있을 때 지은 시 〈오이에 대한 감사謝瓜〉, 〈가을 생각秋思〉 3수 등이 남아있는데, 빈객賓客 박 아무개에게 주었던 것이다. 효종의 행초서는 자형을 자유롭게 하고 가는 필획을 사용하여 서로 이어지는 연면성連綿性을 가미한 특징이 보인다.
萬里秋風起 만리에 가을바람 불어오고
霜天一鴈飛 깊은 가을에 기러기 한 마리 날아가니
客愁膓欲斷 나그네 시름은 애를 끊으려 하는데
遊子幾時歸 떠도는 이 어느 때나 돌아가려나
南國山河隔 남쪽나라는 산하에 막혀
家鄕萬里遙 내 고향 만리나 멀리 있으니
夢魂歸不得 꿈에서도 돌아가지 못하고
落葉響蕭蕭 낙엽지는 소리만 쓸쓸하다오
家鄕何處杳無涯 고향은 어디인가 끝없이 아득한데
路繞關山匹馬遲 관산을 돌아가는 길 필마도 더디구나
野草多情愁殺客 들풀은 다정한데 수심에 잠긴 나그네
歸心空向故園悲 돌아가고픈 마음만 부질없이 고향 향해 슬퍼지네
謙軒 以資一笑求敎
겸헌(謙軒)이 한바탕 웃음거리로 제공하고 가르침을 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