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례家家禮: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

재단법인 아름지기

재단법인 아름지기

2018년 아름지기 기획전은 <가가례家家禮: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이라는 주제로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전통 제사의 예禮와 형식,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본질을 되새겨 오늘에 맞게 이어가기 위한 방안을 탐구합니다. 한식, 공예, 디자인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현대인의 문화와 정서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다양한 제사의 형태를 선보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허상욱의 기억의 의식 재단법인 아름지기

<가가례家家禮: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전은 우리 제사의 본질을 돌아보는 전통제사 부분과 오늘날에 맞는 다양한 제안을 선보이는 현대제사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전통제사에서는 우리 제사의 원형과 그 속에 담긴 정신을 올곧게 이어오고 있는 퇴계 이황 종가의 불천위 제사상과 명재 윤증 종가의 제사상을 선보인다.

현대 제사에서는 여러 공예 작가 및 디자이너들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현대 라이프스타일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제사의 상차림을 제안한다. 또한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맛공방과 함께 전통 제사음식을 복원하고 이를 간소하면서도 품격 있는 현대의 제사음식으로 재해석하는 과정도 함께 선보인다.

이강효의 분청 굽높은 과반 재단법인 아름지기

소통과 나눔의 장場, 제사상을 다시 차리다

이번 전시는 세 파트로 나뉜다. 첫째 파트에서는 제사 음식 문화를 ‘전통’과 ‘현대’로 나누어 다룬다. 전통 파트를 기획한 이유는 우리의 중요한 의례인 전통 제사의 의미와 형식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함이다. 이를 토대로 현대적 계승 및 변용이 이루어질 것이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이번 전시의 중요한 기획 의도로 볼 수 있는 현대 제사상 차림 네 가지가 전시된다. 먼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문화 수준을 드러내고 향유하는 현대의 제사상 차림을 전시한다. 이는 제사상 차림의 중요한 기물과 제기들이 새롭게 디자인되고, 제사 음식들이 재창조되는 형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마지막 파트는 제사가 새로운 현대 문화로서 복원될 때 중요한 제사용 식기와 주전자, 술잔 등으로 구성되는 공예 파트이다.

퇴계 이황 종가 전경 재단법인 아름지기

전통 유가儒家의 제례문화

전통 파트를 기획한 이유는 우리의 중요한 의례인 전통 제사의 의미와 형식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함이다. 과거의 전통을 보여주는 제사로는 조선 시대 빼어난 학자인 '퇴계 이황 선생의 불천위제사'와 검박한 조선 학자를 대표하는 '명재 윤증 선생의 기제사 상차림'을 선택해 전시한다.

전통 유가儒家의 제례문화 - 2018 아름지기 기획전시 '가가례: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展 재단법인 아름지기

온지음의 퇴계 이황 불천위 제사상 전시전경 재단법인 아름지기

퇴계 이황 선생의 불천위제사

조선시대 영남지역의 대표적 유학자 진성이씨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은 검약생활을 몸소 실천한 선비이다. 퇴계 선생은 생후 7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집안형편이 어려워 자연스럽게 근검 절약하는 습관을 익히게 되었다.

여타 종가의 제물이 평균 35~40종에 이르고, 또 일반가정의 제물조차도 30종 내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는 평소 퇴계 선생이 강조해온 검약정신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퇴계 선생은 ‘1식食 3찬饌’, 곧 ‘한 끼 식사에 반찬 세 가지’를 실천해왔다.

퇴계 선생의 제사상에는 유과나 정과 등의 한과류가 보이지 않는데, 생전에 퇴계 선생이 기름에 튀긴 과자는 사치스럽기 때문에 제물로 사용하지 말라(물용유밀과勿用油密果)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후손들은 선생의 뜻을 받들어 검소한 제사상을 차리는 것이다.

온지음의 퇴계 이황 불천위 제사상 도적 재단법인 아름지기

날것을 사용하여 결 따라 길게 썰어 쌓되 단, 문어는 숙회를 사용한다. 편틀 맨 바닥에 북어포를 깔아 단단하고 괴기 좋게 만들어 둔다. 가오리 1단, 상어 2단, 방어 3단, 문어 4단, 소고기 5단, 닭 6단 (머리는 자르되 머리 방향은 서편으로 가슴은 하늘을 향하게 한다. 닭은 엎어 놓으면 날아간다는 의미가 있다. 도적은 물 흐르듯이 쌓고, 중간중간 끈을 묶는다.)

온지음의 퇴계 이황 불천위 제사상 떡 재단법인 아름지기

떡은 평평하면서도 넓게 쌓다가 상단에서 좁아지도록 만든다.

온지음의 명재 윤증 기제사상 전시전경 재단법인 아름지기

명재 윤증 선생의 기제사 상차림

명재 선생은 소론의 영수로, 노론과의 치열한 당쟁으로 권력에 혐오를 느낀 뒤 평생을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초야에 묻혀 학문과 후학양성에만 전념했던 까닭에 늘 살림이 궁핍했다. 그래서 이런 힘든 형편에서 제물을 마련해야 할 후손들을 위해 “제사는 엄정하되 간소하게 하라. 제사상에 떡을 올려 낭비하지 말고, 손이 많이 가는 화려한 유밀과와 기름이 들어가는 전煎도 올리지 말라”는 유계遺戒를 남겼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명재 종가에서는 떡 · 유밀과 · 전 등을 사용하지 않으며, 과실 역시 대추 · 밤 · 감 등 3색의 실과實果 외에는 차리지 않고, 3색 나물은 별도의 제기가 아니라 한 접시에 함께 담는다. 그리고 어물인 조기는 온마리가 아니라 토막을 올린다.

온지음의 새우젓과 생조기 재단법인 아름지기

배를 가른 생조기 한 토막과 새우젓 두 숟갈을 함께 올린다.

온지음의 포 재단법인 아름지기

입과 꼬리를 절단한 명태, 오징어의 몸통, 그리고 육포를 순서대로 쌓아 올린다.

박종선, 이강효, 심현석의 격식과 품위가 담긴 현대의 제사상 재단법인 아름지기

격식과 품위가 담긴 현대의 제사상

제사상 차림은 현대에 이르러 변화했고 또 변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재구성한 현대 제사상 차림에서는 우리 전통 제사상에 담긴 제물의 의미와 격식을 중시하여 이를 현대에 맞게 재창조했다. 그리고 제사상의 최고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미의식을 강조한 상차림으로 구성했다. 특히 제사에 참여한 가족이나 식구들이 즐겁게 대화하면서 먹을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소통과 나눔의 상차림으로 구성했다.

격식과 품위가 담긴 현대의 제사상 - 2018 아름지기 기획전시 '가가례: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展 재단법인 아름지기

온지음의 현대제사상 도미찜 재단법인 아름지기

봄철에 가장 맛이 오르는 도미는 예나 지금이나 귀하게 치는 생선으로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도미 뱃속을 다양한 소로 채운 뒤 짚으로 묶어 쪄낸 고운 자태의 도미찜은 경상남도 지수면 허씨댁 내림음식을 익혀 선보이는 요리로, 온지음에서는 도미뼈를 제거하여 만든다.

온지음의 현대제사상 갈비찜구이 재단법인 아름지기

갈비찜은 보통 명절이나 차례, 제사상에 올리거나 손님 대접에 내던 정성스런 음식으로, 온지음에서는 생표고버섯을 더해 한 번 쪄낸 뒤 다시 구워 풍성하고도 부드러운 식감으로 완성하였다.

온지음의 현대제사상 삼색편 재단법인 아름지기

함께 나누는 먹는 떡은 제상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떡은 고임 형태로 차려지기 때문에 도적과 함께 웅장함을 과시하는, 그야말로 제사상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편틀 위에 떡을 높이 괴는 관행은 유교 이념에 바탕을 둔 가문 의식이 형성됨에 따라 조상제사를 통해 가문의 위세를 드러내고자 하는 목적으로 생겨난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 제상에서는 떡을 모양과 색감의 조화를 고려하여 아름답게 쌓아 올렸다. 아래 부분의 편으로는 삼색 설기를 쌓아 올리고 그 위에 대추 · 밤 · 석이 고명 등으로 장식한 잡과 단자를 올리고 맨 위에 개성주악을 올려서 완성하였다.

제너럴그레이, 이기욱, 아름지기의 아파트 제사상 재단법인 아름지기

아파트 제사상

아름지기는 이제 우리의 가장 보편적 주거 공간이 된 아파트 혹은 그와 유사한 현대적 생활 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제사 기물들을 하나의 예로 제안한다. 제사상과 그 위에 차려지는 제기, 공간을 규정해주는 병풍 모두 제사만을 위해 사용하는 제한된 기능과 형태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도 위화감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실용성을 고려했다. 나아가 더욱 간결한 형태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현대적 미감을 ‘아파트 제사상’이라는 주제 안에서 구현해보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는 제너럴그레이, 이기욱 작가, 아름지기 디자인팀이 참여했다.

아파트제사상 - 2018 아름지기 기획전시 '가가례: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展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건민의 노마드제사상 재단법인 아름지기

노마드 제사상

시대의 변화는 전에 없던 것들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간소화된 제사 문화는 특정 공간을 향해 있기도 하지만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혹은 여행으로 점철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이건민 작가의 작품은 엄숙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품는다. 휴대 시 제기들이 박스 안에서 뒹구는 소음을 축소시키고자 퍼즐 같은 입체적 형상을 고려하고 내용물과 케이스의 유기적인 조합을 위해 조형적 속성을 곡선으로 담은 것이 특색 있다. 음각 반구 구조는 곡선을 조화롭게 이어주고 양각 구조와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고정방식을 구현한다.

노마드 제사상 - 2018 아름지기 기획전시 '가가례: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展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기욱의 일상의 제기 재단법인 아름지기

다양한 제기들

권대섭의 태생적 느림의 미학 재단법인 아름지기

정형화된 백자의 형태보다는 세상의 속도를 가르는 태생적 느림을 선호하고 전통적인 도예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마음을 백자에 담았다. 또한 꾸밈이나 장식이 없어 모든 것이 일체화 되었기 때문에 도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 특색이 강하다. 이는 정통적이기도 하고 창조적이기도 하다.

이강효의 분청 굽높은 과반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강효 작가의 작품에서는 조상에 대한 공경의 마음이 나타난다. 제례의 의미에 맞게 받드는 마음을 담고자 제기의 굽을 최대한 높인 것이 특색 있다. 이는 삼국시대의 굽 높은 그릇의 형태와 흡사하여 웅장하면서도 경이롭다. 사용된 조선시대의 분청사기 기법은 농담 변화로 수묵화와 같이 깊으면서도 자연스럽다.

이인진의 어머니께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인진 작가의 작품에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표현되었다. 투박하면서도 거칠지만 다정하고 정겨운 것이 다시 만나는 그날의 기대와 설렘을 담기에 충분하다. 어머님을 향한 제사. 평소 즐겨 드시던 음식들은 다양한 제기의 형태에서 그 가치가 더해진다. 다양한 제기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 자유롭고 호탕하다.

김덕호 & 이인화의 높이다 재단법인 아름지기

굽제기는 도예가에게 익숙하다. 각양각색의 접시와 굽은 익숙함을 벗어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다. 다양한 두께와 높이, 형태와 모양의 변형, 여러 가지 유약의 적용은 도예의 폭넓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나치도록 섬세한 마무리는 제기의 특성을 부각시킨다. 숨을 죽인 듯 나타난 절제된 아름다움은 제기와 절묘하게 잘 맞는다.

이기욱의 일상의 제기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기욱 작가의 제기는 전통적인 형태를 탈피하여 현대적이다. 그릇들을 차곡히 쌓아 수납이 용이한 형식을 담고자 모듈형태로 제작되었다. 제례의 무거운 주제에 비해 다소 실험적이나 일상에서 쓰일 수 있어 실용적이다. 각기 다른 재질로 구성되어 쌓아진 높은 굽은 개성적이며 조형적이다.

허상욱의 기억의 의식 재단법인 아름지기

제례는 기억의 의식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모여 먼저 떠난 다른 가족을 기억한다. 허상욱 작가의 작품은 유난히 작가를 아껴주셨던 장모님을 추모한다. 아름다운 기억들은 작은 축제로 이어진다. 동백을 좋아하셨던 기억을 되새겨 제기에 담았다. 분청의 거침은 차분한 화장토 결로 다듬고 동백은 은분 작업을 더하여 화사한 인생의 봄날을 표현한다.

김현성의 1인 제사상 재단법인 아름지기

오랜 시간 유지되어 온 전통들은 권위적이다. 그래서 무게감이 나타난다. 엄중하면서도 묵직한 전통의 무게를 담되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격식보다는 떠나간 사람을 향한 그리움에 집중하여 단조로우면서도 아름답다. 제사의 형식보다는 그리움을 담아 혼자 지내는 제사에 사용하기에 알맞다.

양유완의 녹지않는 얼음 재단법인 아름지기

양유완 작가의 작품은 얼음처럼 순수하여 투명하다. 떠난 이를 그리워하며 귀한 상차림으로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기에 소중하게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조금은 투박하지만 새롭고 한국적이라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녹아있다.

아름지기 디자인팀, 이예슬의 겹 재단법인 아름지기

8폭 병풍을 현대 쓰임에 맞게 재해석하여 실용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공간과 공간을 분할함과 동시에 공간을 채우는 기능을 담았다. 현대적인 황동 프레임에 2장의 천을 겹으로 덧대어 필요에 따라 천을 말거나 펼쳐서 개방감을 부여한다. 간결한 형태는 한국적인 미감을 담고 있다.

아름지기 디자인팀, 이예슬의 선형소반 재단법인 아름지기

실용성과 더불어 제사의 특별함을 일상에서 드러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청년 세대가 언제나 자유롭게 그리운 분을 모실 수 있는 그런 소반이다. 실용성과 특별함의 간극은 사용이 용이한 소재와 장식적인 마감으로 조화롭다. 상부는 세련된 가장자리, 하부는 얇은 선으로 구현되는데 직선과 곡선, 혹은 교차선은 자유로움을 더해준다. 형태의 여백은 생활공간을 포용한다.

제공: 스토리

주관_재단법인 아름지기
후원_까르띠에, ㈜이건창호, 한국메세나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자문위원_정혜경
전시연출 자문위원_박경미
전시기획_김선영, 김호정, 박주연
참여연구원_온지음 맛공방(조은희, 박성배, 안태용, 김시연, 민광필, 심수정, 신인호, 정원식, 이승립, 이순영)
전시홍보_신혜선, 정은주
전시영상_미디어스코프
전시공간_㈜솔리드 인테리어
Special Thanks to_한국국학진흥원(김미영, 양미경, 장수영), 진성이씨 상계 종가(이치억), 명재 윤증 종가(윤완식), 노행용
전시도록_원고 정혜경, 김미영
번역_문수열, 신혜린
영어감수_Oliver Williamson Jr.
교열_이진희
사진_그루비주얼(이종근), 김형식
디자인_임보현
디자인 감수_박경미

www.arumjigi.org

참여: 모든 표현 수단
일부 스토리는 독립적인 제3자가 작성한 것으로 아래의 콘텐츠 제공 기관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탐색
플레이
주변
즐겨 찾는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