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 한국의 대담한 페미니스트 예술가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의 작품과 생각을 들여다보세요

나혜석이라는 이름에 주목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나혜석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일 뿐만 아니라 한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가입니다. 나혜석은 화가로서의 행보와 함께 페미니스트 소설, 단편 소설, 논란을 야기한 결혼 성평등에 관해 주장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모두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아내와 어머니로 국한되어 있던 시대에 일어났던 일이었습니다.

나혜석은 1896년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당시 어린 한국 여성에게 바라는 모습과는 다르게 자신감 있고 총명하며 야망이 큰 아이로 자랐습니다. 여성에게 기대되는 모습은 바느질과 요리 등 집안일을 능숙하게 해내는 것이었으며, 훌륭한 가정 교육으로 아들을 잘 양육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던 시대였습니다. 나혜석은 어린 시절부터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라는 전통적인 이상향을 거부하고 화가와 지식인으로 살아가겠다는 뜻을 당당히 밝혔습니다.

다행히 당시로서는 교육에 대해 매우 진보적인 생각을 가졌던 부모님 덕분에 나혜석은 18세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도쿄의 사립여자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진학하게 됩니다.

일본에서의 유학 생활은 나혜석에게 생각을 열고 넓은 세상이 주는 다양한 기회를 인식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나혜석은 구 시대적이고 여성을 구속하는 20세기 초 한국의 결혼 제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많은 글을 쓰고 자전적 소설(한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소설)을 발표했으며, 도쿄여자유학생친목회를 조직하기도 하였습니다. 나혜석의 아버지는 한국으로 돌아와 결혼을 할 것을 원했지만, 그녀는 과감하게 독립을 선언하고 교사로서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3.1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나혜석은 1920년에 김우영과 결혼했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 연애결혼은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전통적인 결혼 관습을 따르지 않는 것은 나혜석과의 만남이 두 번째 결혼인 남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우영은 결혼 후에도 나혜석이 그림을 계속 그리며 화가로서의 커리어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물론 그녀라면 누구에게라도 허락을 받았을 것입니다.

나혜석은 전 생애에 걸쳐 한국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920년대 초반에는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잡지인 신여자(‘새로운 여성’을 의미)에 전통적인 여성 의복의 실용성을 비판하는 글을 여러 차례 공동 기고했습니다. 그녀는 더욱 편안하고 편리하면서 여성의 위생과 자아상을 고려한 디자인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나혜석은 육아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다고 인식되던 시대에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남편을 비판하는 ‘어머니 된 감상기’를 과감하게 발표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나혜석이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의 관습을 따라 하는 것뿐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실 나혜석은 기존 한국 문화의 틀 안에서 독립성과 개성이 인정받기를 바랐습니다.

나혜석은 집필 활동뿐만 아니라 화가로서의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으로 서울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한국 최초의 여성이 되었습니다. 김우영이 정부 고위 관료가 된 후 부부는 약 2년간 유럽을 여행했는데, 이 기간 동안 프랑스에서 그림을 공부하며 기법을 발전 시키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나혜석이 최린을 소개받으면서 여행은 불행하게 마무리됩니다. 최린은 한국에서 탄생한 종교인 천도교의 주요 인물로, 나혜석과 불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린 역시 3.1 운동으로 체포된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불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나혜석은 비도덕적이라는 평판을 듣게 되었고 예술가적 기질을 불륜에 대한 변명거리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김우영과는 이혼을 하게 되고, 최린은 나혜석과의 불륜을 자세하게 묘사한 외설적인 회고록을 발표합니다. 나혜석은 연인의 배신을 그저 받아들이고만 있지 않고 최린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명예가 실추되고 전 남편에게 양육권도 빼앗겼지만 나혜석의 작품만은 여전히 주목을 받아1931년 제10회 조선미술전람회 특별상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1934년에 한국 결혼 제도의 모순을 비판한 이혼고백장을 발표하면서 더 큰 비난을 받게 되는데, 이 글을 통해 그녀는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의 한국 문화를 비판하며 자신의 결혼이 실패한 이유는 남편이 성적으로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하였고 이 문제에 대해 대화하기를 거부해서라고 대담하게 고백했습니다.

불행히도 나혜석의 주장은 당시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혼전 성관계는 금기시되는 주제였으며, 여성이 자신의 성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큰 수치로 여겨지던 시대였습니다. 나혜석의 그림, 수필, 소설은 외면당했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심해져서 말년에는 사찰에서 받는 도움으로 생계를 겨우 해결해야 했습니다.

나혜석은 1948년 12월 10일 행려 병자를 위한 병원에서 가난으로 사망했으며 장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녀의 이름 ‘나혜석’은 예술적 재능이 있는 젊은 여성들을 은유적으로 지칭하는 말이 되어 부모들이 작가나 화가를 꿈꾸는 딸의 꿈에 반대할 때 “나혜석처럼 되고 싶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나혜석 그림이라고 알려진 작품들이 진품인지 정확히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혜석은 한국의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힙니다. 그녀는 한국 페미니즘의 선구자였으며, 미래 한국 여성 예술가를 위한 길을 닦았을 뿐만 아니라 시대를 훨씬 앞서 변화의 씨를 뿌린 인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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