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Feature

짐 케이가 말하는 ‘살아남은 소년’ 그리기

일러스트레이터 짐 케이가 최근 출간된 해리 포터 에디션에 수록된 작품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수상 경력에 빛나는 일러스트레이터 짐 케이는 지난 몇 년간 쉬는 날도 없이 하루 12시간씩 작업하며 해리 포터 속 마법의 세계를 일러스트로 재탄생시키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이렇게 그려 낸 작품은 블룸스버리의 새로운 해리 포터 일러스트 에디션에 수록되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일러스트 에디션이 3권까지 출간된 지금, 짐은 4권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 담길 일러스트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시리즈 전체의 일러스트를 맡기로 한 짐과 이야기하면서 일러스트에 쏟아부은 세심한 관심과 열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짐이 그려 낸 해리 포터 일러스트를 통해 새로운 독자층은 감동을 받고, 기존 해리 포터 팬은 20년 전 JK 롤링이 만들어 낸 마법의 세계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짐과 이야기하면서 해리 포터 일러스트는 어떻게 창작되며, 전 세계를 휩쓴 시리즈에 일러스트를 더하는 일을 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알아봤습니다.

어떻게 해리 포터 시리즈의 일러스트를 맡게 되셨나요? 그 전에는 어떤 작업을 하셨죠?

사실 대단한 경력은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작업한 장편 소설은 시오반 다우드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패트릭 네스가 쓴 몬스터 콜이었어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에이전트가 전화해서는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해리 포터 일러스트를 맡게 되셨어요.”라고 하더군요. 책 표지만이 아니라 7권 전체의 일러스트라고 설명해 줬죠. 저는 실력을 쌓으려면 다소 부담이 되는 일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일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정말 부담이 막중한 일이었습니다.

히포그리프 벅빅 그림, 짐 케이,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중(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불사조 습작, 짐 케이,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중(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면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저만의 스타일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1권에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접목했죠. 저만의 스타일을 찾게 되면 누구나 제 작품의 방향성을 알게 될 테니 작업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다행히 블룸스버리 출판사는 인내심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할 기회를 주었어요. 저는 일러스트 그리기가 아주 어렵다고 생각해요.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죠.

일러스트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혼자 12시간 동안 앉아서 작업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제가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거든요.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일도 어렵습니다. 한 번에 되는 적이 없어요. 책에 실린 일러스트 모두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아요. 쓰레기통만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너무 괴롭죠. 하지만 그림을 안 그리고 있으면 허전해요. 그림이 제 본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미적으로 아주 세밀하게 표현된 작품이 많은데 항상 이렇게 세세한 부분에 집중하여 작업하시나요?

어릴 때 리처드 스캐리의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리처드 스캐리의 일러스트에는 디테일이 살아 있어요. 덕분에 독자들, 특히 어린이들은 그림에서 무언가를 찾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저도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그립니다.

해리 포터와 바실리스크 습작, 짐 케이,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중(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다이애건 앨리, 짐 케이(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이미 책에 묘사된 내용과 본인의 상상력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시나요?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서 저자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아직까지는 JK 롤링에게 항의를 받은 적은 없어요. 다이애건 앨리 그림이 스케치 단계를 넘어 진행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자가 만들어 낸 세계를 확장하고 빈 곳을 메우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시리즈의 분량이 워낙 방대하다는 거예요. 일러스트 작업을 할 때 항상 7권을 모두 참고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제 이쪽으로 노하우가 쌓인 블룸스버리 출판사에서 해리 포터 바이블을 만들어 줘서 항상 참고하고 있습니다.

책에 언급된 내용 외에 일러스트레이션에 영감을 주는 것에는 무엇이 있나요?

박물관, 도서관, 내셔널 트러스트 소유지 같은 곳을 끊임없이 찾아가요. 오래된 건물과 건축을 좋아하거든요. 의복도 마찬가지죠. 마법사들이 입는 옷은 머글들의 옷과는 완전히 딴판이라는 걸 그림을 통해 자세히 보여 주고 싶습니다.

일러스트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그림으로 간략한 틀을 만들어 놓았는데, 여기에 그려 보고 원하는 구도인지 확인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간단한 그림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죠. 이렇게 두서가 없고 복잡한 방식으로 그리고 있어요.
또 저는 쉽게 싫증을 내는 성격이라 새로운 페인트를 사용하는 등 재료를 바꿔가며 시도해 보길 좋아합니다. 공방의 견본 페인트를 보통 물감과 섞으면 안 되는 왁스 같은 재료와 함께 사용하는 등 의외의 재료를 사용할 때도 많아요. 손상된 붓같이 뜻밖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도구도 사용하죠.

다이애건 앨리, 짐 케이(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의 초상화, 짐 케이,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중(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책 한 권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나요?

1권을 시작할 때는 한 권에 6개월 정도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권을 마무리하는 데 2년하고도 6개월이 걸렸죠.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쉬는 날도 없이 작업했는데도요. 그러고 나서 바로 2권을 시작했는데, 1권에서 시간을 너무 끌어버린 바람에 8개월 만에 끝내야 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죠. 3권을 끝낼 때쯤엔 눈에 헛것이 보일 정도였어요.

3권과 4권 사이에는 쉬는 시간을 갖고, 한발 뒤로 물러나 그동안 어떻게 해 왔는지 되돌아봤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시간 작업에 매달리면서도 최고의 일러스트를 내놓고 싶었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했어요. 자신에게 얼마나 혹독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놀랍기도 하고요.

책 표지를 그릴 때 이야기에서 어떤 부분을 그려야 할지는 어떻게 결정하셨나요?

책 표지는 제약이 많아서 아주 힘든 작업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방대한 이야기가 엮여 펼쳐지는 데다 여러 언어로 출간되기 때문에 제목을 표시할 공간도 필요했죠.

가장 작업하기 까다로운 책 표지는 지금 작업 중인 해리 포터와 불의 잔입니다. 해리가 직면한 세 가지 시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놀라운 일을 책 표지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표지 회의를 몇 번이나 해야 결론이 나올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시각화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해리가 제일 어려워요. 그릴 때마다 어렵죠. 해리는 잘생겼으면서도 얼굴 생김새가 독특한 레이크 디스트릭트 출신 소년을 모델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 그대로 그림을 그리면 어색할 때가 있었죠.

모든 등장인물이 망토를 입고 등장하는 바람에 그리기가 정말 어려워요. 망토라는 게 워낙 헐렁하다 보니 그리기가 너무 힘들죠. 제발 좀 누구라도 타이트한 옷을 입었으면 하죠. 그리고 빗자루를 탄 사람 그림도 이상하게 보일 때가 많아요. 빗자루 위에 앉은 모습을 그럴 듯하게 그리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는 빗자루가 등장하는 장면이 싫어요.

퀴디치를 하는 해리 포터와 드레이코 말포이의 모습 습작, 짐 케이,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중(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날개 달린 열쇠, 짐 케이(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그리기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거인들을 좋아하는데, 특히 해그리드가 좋아요. 몸집이 크고 털로 덮여 있어서 대충 그려도 그럴듯하거든요. 다른 인물이 해그리드와 함께 있으면 어린아이처럼 위로 올려다보게 되는 것도 좋고요. 또 이번 권에 등장하는 용 네 마리를 그릴 생각을 하면 신이 납니다. 용 그림을 디자인하는 데 정말 오래 걸렸거든요.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등장인물이 성장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그릴 때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제가 아는 어린이들을 모델로 삼아 그림을 그렸어요. 당연히 그 아이들도 성장하고 있죠. 실제 어린이를 모델로 활용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라는 모습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등장인물들이 성장하면서 그리기가 점점 쉬워집니다. 11세 어린이는 얼굴에 뚜렷한 특징이 많지 않아요. 피부가 깨끗하고 주름도 없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각이 생깁니다. 전 각이 지고 삐죽삐죽한 느낌의 십대를 그리는 게 좋아요.

9와 3/4 승강장 습작, 짐 케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중(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아라고그 습작, 짐 케이,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중(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자신의 일러스트 작품이 대규모로 상품화되는 것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생각하게 되면 잠을 잘 수가 없거든요. 제 그림이 공개된다는 사실에 집착하면 너무 두려워져요. 영국국립도서관 전시회에 제 스케치가 전시되어 있지만, 그런 걸 볼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았죠. 그런데 지금 갑자기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제 스케치까지 볼 것 같아서 오싹해지네요.

책이 세 권이 나왔고 지금은 네 번째 책을 작업하고 계시는데, 지금까지 터득한 실용적인 기술이 있나요?
여러 종류의 페이지 크기에 맞는 템플릿을 만들어 뒀어요. 그래서 언제든지 페이지 크기, 페이지 절반 크기, 세 배 크기 등 다양한 템플릿을 바로 사용할 수 있죠.

그 외 나머지는 비슷합니다.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짐작해 가며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다 보면 어쩌다 실패하지 않을 때가 있죠. 이런 식으로 아직 성공률은 낮지만, 이젠 첫 시도에서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책을 작업하는 것이 가장 기대되어서 제대로 하고 싶어요.

작품과 관련해서 받은 최고의 반응은 무엇이었나요?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일러스트 버전으로 마침내 독서를 시작했다는 편지를 몇 번 받았어요. 그 이상의 찬사를 바랄 수는 없죠. 제겐 큰 영광이에요. 한 사람이라도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면 외롭게 혼자 오랫동안 작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평생 동안 문학과 함께할 계기를 만들어 줬을 수도 있으니까요.

맨드레이크 습작, 짐 케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중(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리무스 루핀 교수의 초상화, 짐 케이,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중(영국국립도서관 소장품)
Words by Rebecca Fulley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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